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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리나라에도 좀비에 대한 열풍이 있었습니다. 그리 오래되진 않았지만 영화와 게임, 그리고 예능에서도 좀비라는 설정으로 다양한 공포와 스릴을 선사했습니다. 그럼에도 좀비이야기는 우리나라와는 먼 느낌, 서양에서만이 다루어지는 느낌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지난 7월 20일에, 용산CGV에서 갑작스럽게 '부산행'을 관람하게 되었습니다. 용산에 그래픽카드 수리를 의뢰하고 남는 시간을 보내기 위해 갑작스럽게 영화로 시간을 떼우기로 한 것이죠.
부산행이라는 영화가 3~4월에서부터 공개가 되었을 때, "아, 우리나라에서 좀비물이라고 해도 대단할까?", "총이나 무기도 없는데 그냥 쫓기다가 끝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개봉 후에, 평가는 좋았고 대체 어떤 재미가 있기 때문에 그럴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의외로 뛰어난 연기력
연기력이라고 하면 배우가 얼마나 캐릭터, 인물에 잘 녹아들었고 그것이 관람객에게 몰입감을 주는 큰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언급하고 싶은 연기력은, 주연배우들의 연기력뿐만 아니라 좀비를 연기해온 수많은 엑스트라 및 연기자들의 연기력입니다. 개중에는 CG로 표현된 좀비들도 많았지만 충분히 좀비의 공포스러움과 공격성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예전에 MBC 예능 '능력자들'에서도 좀비 덕후가 나와서 좀비 전문 배우분이 좀비연기를 선보였을 때가 떠오르기도 했습니다.
● 좀비만 무서운 건 아니야, 인간이 더 무서워
이런 재난, 재해 장르의 영화를 보면 꼭 나오는 설정이고 캐릭터가 있습니다. 본인만 살기 위해, 나만 살기 위해 이기적이고 냉혹한 캐릭터가 존재합니다. 극한에 다다른 인간의 본성과 악한 모습을 표현하기 딱 좋은 장르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서양 좀비물에서는 그러한 모습이 주로 보여진다고는 못하겠습니다. 의외로 협동해서 잘 살고 누군가의 배신으로 상황이 심각해지거나 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마찬가지로 '부산행'도 이러한 악한 모습과 이기적인 모습의 캐릭터를 볼 수 있습니다. 좀비보다 사람이 무서워지는 상황이 담겨있습니다. 비록 그 캐릭터가 하는 말과 주장은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정도가 점점 심해지며 극한의 상황에서의 이기적인 모습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와 대조되는 순수한 어린이의 시점을 대변하는 딸 "수안"(김수안)의 생각과 행동을 통해 더욱 인간의 무서움을 고조시킨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여고생(안소희)의 희망적인 메시지마저 짓밟아 버리는 어른들의 이기심이 돋보였습니다.
● 헬조선? 그래, 헬조선!
위에서 이야기한 인간이 더 무서운 것도 있지만, 우리나라에 대한 문제점과 긴급사태대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영화를 통해 볼 수 있었습니다. 그저 좀비사태를 폭동, 폭력시위로 숨기며 사태의 심각성을 축소시키려는 움직임. 그럼에도 실제로는 부산 외의 지역은 도시기능이 마비되는 절체절명의 상황. 부와 권력을 통해 남들보다 더 유리한 입장을 취하려는 주인공 펀드매니저 "석우"(공유) 등 우리나라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보이는 문제점을 시사하면서 한국인 관람객으로써 다른 좀비물보다 몰입있기 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는 동안엔 공포, 두려움 등의 감정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진짜로 국가비상사태 같은 일이 벌어지면 정말 이러한 혼란과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에 약간 그 여운이 남았습니다.
● 하지만 다소 아쉬운 개연성과 억지스러움.
기승전결이라는 간단한 이야기의 구조에서, "부산행"은 기승전결의 '기'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화입니다. 대개 좀비물은 "불명확한 원인"으로 인해 좀비 바이러스 내지는 좀비의 습격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새벽의 저주"라는 영화도 영화 시작부터 뜬금없이 좀비가 된 딸이 어흥 하고 나타나며 시작됩니다. "부산행" 또한 이와 마찬가지의 구조를 띄고 있습니다. 물론 부산행 이전의 이야기를 그린 "서울역"이라는 애니메이션이 존재합니다만, "부산행"자체를 놓고 보면 갑자기 좀비가 확산이 되어버렸다! 라는 느낌입니다. 물론 작중에서 좀비 바이러스가 퍼진 원인이 언급되긴 합니다만, 납득하기가 어렵다는 것이죠.
또한 이러한 재난, 좀비 영화에서 많은 걸 추구하고자 했었던 것일까요? 다소 억지 슬픔, 감동을 주기 위한 모습도 많았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좀비가 되어가더라도 나 또한 함께 하리! 라는 모습을 그리기도 하고, 더러운 인간들과 함께 속세에 미련을 버리며 이야기를 반전시키는 모습 등 지나치게 많았던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재난영화 내에서는 감동, 슬픔, 기쁨, 스릴, 공포 등등 다양한 감정과 장면을 담을 수 있지만 공포스러운 상황에서도 슬픔과 감동을 주려고 한 것은 이해가 되지만, 지나치게 그 연출이 길었다. 라고 하고 싶습니다.
● 한국영화도 할 수 있다.
적극추천하는 영화까지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영화도 좀비물이 가능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던 영화입니다. 한국형 재난영화에서도 다소 아이러니하다, 이상한데? 싶은 작품이 몇 있습니다만, "부산행"은 그러한 작품들보다는 훨씬 좋은 퀄리티에 높은 몰입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총으로 쏴 죽이고, 전기톱으로 썰고 하는 서양의 좀비물보다 몰입도가 높았던 것은 우리가 사는 환경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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