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이 절반인 2020년 상반기를 되돌아본다

일상 2020.07.15 댓글 방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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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받은 곳은 여러 곳이 있겠지만 가장 대표적인 것은 '항공업계'와 '여행업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항공업계에 몸 담고 있기에 여전히 휴직 중인데요…. 4개월 동안 뭐 했는지 좀 정리 해봅니다.


    2020년 3월 9일부로 일본 지역의 담당 항공사가 운휴를 하게 되어 기약 없는 휴직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아주 좋았습니다. 한 6월 중순까지는 좋았다? 라고 해야 할까요.


    2월 25일 신치토세공항 국제선 전광판, 이 때부터 중국계 항공사는 다 캔슬


    3월 : 때려치고 싶었던 참인데, 이게 왠 꿀?

    현 회사에서 3년 가까이 일하던 참이었고 이직이나 귀국을 생각했기 때문에 조금은 길게 쉬고 싶었습니다. 특히 2019년에는 하기 싫은 일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상당히 정신적으로 안정되지 못 했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불가항력적으로 쉬게 되므로서 제 스스로는 코로나19가 좀 고맙기도 했습니다.

    모동숲 발매일, 운 좋게 구한 모동숲 에디션. 여전히 일본에서는 고가에 되팔리는 중이다. 


    이 때부터 아무런 계획 없이 늦잠도 자고 닌텐도스위치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기다리면서 열심히 게임에 몰두 했습니다. 때마침 3월 20일에는 모여봐요 동물의 숲(이하, 모동숲)이 출시하고는 1달 반이상을 모동숲에 몰두했습니다.


    일에 지쳐있었고 현 상황에 지쳐있었던 제게는 너무나 제격인 게임이었던 겁니다. 게다가 이전 3DS 버전보다 훨씬 좋아진 그래픽과 다양한 커스터마이징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리얼타임을 고집하며 편법이나 빠른 컨텐츠 소모는 하지 않았습니다. 하루하루가 즐거운 여유로운 생활이었기 때문에 내 인생을 대체하는 느낌이었네요.


    여전히 모동숲은 하루에 1-2시간 정도 하면서 제 섬을 돌아보곤 합니다. (아직 섬 크리에이트는 다 끝나지 않았는데…)


    4월 : 동료들과 신나게 오프라인에서 놀자

    3월에는 게임에 집중을 했다면 4월은 직장 동료들과 친목을 다졌습니다. 평상시에는 시프트제라서 어떤 동료와는 일주일 만에 만나기도 하고, 어떤 동료와는 매번 같이 출근하기도 하기 때문에 다같이 만나거나 사적으로 같이 놀 수 있는 기회가 한정돼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휴직이 유일무이한 단체 워크숍(?) 같은 게 가능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저희 집은 이미 양념치킨 전문점이 된 지 오래입니다.


    누구나 한 번은 만들어봤다는 '달고나 커피'


    다만 바깥에 어디로 가서 놀러 가거나 어느 식당에 가서 맛있는 걸 먹을 수는 없었습니다. 이때 일본은 긴급사태선언으로 4월 7일부로 전국에 내려졌습니다. 그래서 좋든 싫든 누군가의 자취방에서 시간을 보내야 하고 먹는 것도 직접 만들거나 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도 저는 그다지 불편함은 없었습니다만, 딱 하나 문제가 있었습니다. 동네에 유일하게 있는 패스트푸드 맥도날드가 코로나19 감염방지를 위해 드라이브스루는 하면서 테이크아웃 서비스는 못한다고 해서 차 없는 찐따는 햄버거도 못 먹는 이상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감하게 일본 맥도날드 본사에 클레임 올렸습니다. 



    5월 : 링 핏 어드벤쳐로 운동 시작 / 긴급사태 해제 / 내 삶에 위기감 감지

    추첨으로도 되고, 아마존에서 물량 풀렸을 때도 구매 성공해서 2개인 적도 있었다.


    닌텐도스위치에서 유난히 물량이 부족한 게임이 '링 핏 어드벤쳐(이하, 링피트)'가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에 더해 더욱 구하기 어려워진 게임이었는데 운이 좋게 추첨 성공적으로 당첨되며 손에 넣었습니다. 이때부터 하루에 1시간씩 링피트를 꾸준히 하면서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식사 조절을 하는 게 아니라서 체중감량이 크게 되진 않은 것 같지만 건강하게 지낼 수 있는 원동력을 얻게 됐습니다.


    5월 중순~말이 되면서 일본은 전국적으로 하나하나 긴급사태 해제를 하지만 홋카이도는 마지막까지 해제를 늦게 했습니다. 해제에 가까워지니 맥도날드도 매장에서 식사는 안 되어도 테이크아웃은 하게 해주더라구요. (4월에 보낸 클레임 덕인지는 모르겠지만)


    더불어 이때부터 이렇게 먹고 놀고만 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독서라도 하고 혹시라도 이직을 준비하기 위해 영어공부나 자소서를 쓰는 방법 등을 찾기는 했지만 실천을 잘 안 했다는 게 큰 맹점입니다. 이 글을 작성 중인 현재도 제대로 하는 건 없네요...(하하하) 


    6월 : 영포자, 영어 시작해보려 했는데… / 블로그를 시작할까?


    저는 영포자입니다. 그래서 대학 때 영어를 하다가 일본어를 집중적으로 팠고 덕분에 현재 일본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정말 영어를 많이 선호하고 영어만이 인정받는 세상이 맞더군요. 이직을 하려고 해도 영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서 여러 시도를 생각하고 해봤지만 생각보다 잘 안 됩니다.


    단어가 제일 안 되니까 문제라고 생각되어 토익 준비하는 사람이면 본다는 노란색 영어 단어장을 보지만 도무지 머리에 들어오진 않습니다. 그나마 무리해서 20여일은 해냈는데 도중에 흐름이 깨지는 바람에 현재는 거의 다시 리셋. 반성해야 합니다.

    여름이 되고 해가 길어지니 자주 볼 수 있는 보랏빛 하늘


    더불어 이 6월부터는 긴 휴직기간에 다소 지친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신적으로 힘듦이 아닌 생산적이지 못한 생활이 진행되어가니 "내가 왜 여기서 이렇게 살고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 이대로 가면 정말 피폐해질 수 있겠다는 위험이 느껴졌습니다. 이 때 정말 유튜브, 브이로그 많이 보면서 나도 해볼까? 라는 생각도 많이 했지만 편집은 잘 할 수 있겠지만 출연 및 연출은 노잼일 것 같아 그냥 포기.


    그래서 블로그를 살리고 도메인도 다시 구하고 하게 됐습니다.



    사실 이 글도 7월초에 구상해서 쓰다가 벌써 중순이 되었네요. 반성해야 할 점이 많은 휴직기간, 약 120일이 지난 현재. 언젠가 올 (이직의)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준비를 지금이라도 해야지만이 훗날 지금의 생활이 그리워지고 잘했다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2020년 상반기가 생산적이지 않고 남는 것 없는 노잼 상반기. 하반기 만큼은 2020년 잘 버텼다, 잘 했다라고 할 수 있는 결과를 내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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