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 에니와 생활 EP02 : 연말연시

일상/홋카이도 2022.03.04 댓글 방동

목차

    연말연시는 일본에서는 상당히 큰 연중행사 중 하나입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설날(구정) 같은 느낌으로 많은 기업들은 이 기간에 장기연휴에 돌입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러나 서비스업은 반드시 꼭 그렇지 못 하죠. 대체로 연말연시는 돈을 벌기 위한 기간이기도 합니다.

     

    이 기간은 대부분의 일본인들은 자기 고향의 집에서 가족과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그러나 반대로 이 기간에 일하면 추가 수당이 붙는 경우가 있는데 제가 다닌 곳이 그러했습니다. 연고가 없는 한국인 입장에서야 절호의 돈 벌 타이밍이지만 또 이것저것 행사를 챙기는 직원에게는 고민이 되기도 합니다.


     

    1. 2018년 새해 : 첫 새해

    이전 에피소드 '크리스마스의 결항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 피로가 쌓인 상태였지만, 이 연말연시 기간에 조금이라도 돈을 벌기 위해 3일 중 2일은 출근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조금 지나서는 연초라고 지점 대청소를 진행했었습니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무슨 비품이 어디에 있고 무엇에 쓰이는지 알길이 없었지만 이 청소덕에 비효율적인 공간이 다소 나아졌습니다. 사실 일본에서는 12월 중에 대청소를 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풍습이 있는데 12월은 당시에 지옥같은 상황이 있었기 때문에 정신차리고 보니 1월이었기 때문입니다.

    2018년 첫 사진, 간만에 눈이 그치고 맑은 날이었네요.
    그래도 이 정도는 길이 정말 잘 정비된 겁니다...

     

     

    2. 2019년 새해 : 누군가와 따뜻한 새해.

    이때부터 이제 홀로보내는 새해는 아닙니다. 고맙게도 함께 연말을 보내준 사람도 있었습니다. 당시 사내연애를 숨겨야 했던 입장이라 직장 동료들끼리 또 모여서 연말연시 파티를 여는 게 있었는데 결국 거절하였습니다. 양자택일이라면 당연히 당시 사랑했던 사람이 우선이 되겠네요.

    연말이라고 과하게 돈을 썼지만 그래도 혼자가 아니라서 들떴던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돼지가 아니라 멧돼지. 신사(神社)에서 파는 커플 멧돼지

     

     

    3. 2020년 새해 : 후쿠오카에서 시끌시끌

    이 당시에는 제가 후쿠오카 출장 중이였습니다. 공교롭게도 크리스마스, 연말연시를 타국의 타지에서 보내게 됐는데 이때는 또 후쿠오카 지점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처음으로(?) 송년회도 타 지점에서 보냈는데 규모가 큰 지점인 만큼 "아, 정말 이게 제대로 된 송년회구나."라는 걸 느꼈던 기억이 여전히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후쿠오카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에피소드로 다루겠습니다.

    우리 지점은 작아서 뭣도 안 해주던데 여기는 정말 연말연시 분위기 잘 내주더라...

     

    4. 2021년 새해 : 고요했던 생각에 잠기는 만 30세

    코로나19로 1년 가까이가 된 시점이자 만 나이로 30세가 되는 해였습니다. 한국에선 이미 30세가 넘었지만 일본에 사니까 일본 기준으로는

    이제 30세를 맞이해야 하는 입장. 그래서인지 여러모로 생각이 많았던, 그리고 큰 다짐과 결심을 갖고 임했던 연말연시입니다.

    어떻게 보면 참 조촐하지만 고요했던 새해였습니다. 코로나19로 휴직하고 있는 게 점점 지쳐가고 줄어든 월급으로 화려하게 무언가 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일본인 여자친구가 열심히 아르바이트 하고 연말연시 분위기 내주는 데 여러모로 도와주었습니다. 저도 나름대로 그에 대한 보답과 감사함을 표했습니다. 

     

    여러 감정이 감싸던 시기이지만 그래도 덕분에 비싼 회도 또 먹고 어렵지 않게 일본의 간단한 스시 요리도 즐길 수 있었네요. 

    테마키즈시(手巻き寿司), 직접 김, 밥, 회를 말아서 먹는 초밥. 
    원래는 토시코시소바(年越し蕎麦)는 새벽에 먹어야 하는데, 피곤해서 아침에 먹은 잔치국수

    참고로 일본에서는 섣달그믐날에는 토시코시소바(해맞이 메밀국수)를 먹는 풍습이 있습니다. 나름 한국식으로 어레인지한 결과, 잔치국수를 했습니다. 첫 찬치국수 시도였음에도 상당히 맛이 잘 나와서 다행이었고 그 이후로도 혼자서도 잘 만들어서 먹게 됐습니다.

     


     

    2022년을 맞이한 현재

    사실 이 글은 새해를 맞이한 1월에 올려야 했던 글입니다. 그런데 이런 저런 핑계와 게으름으로 3월이 되어서야 다시 꺼내 올립니다. 옛날엔 별 생각이 없었던 새해 맞이. 어느덧 3월이 되었고 봄도 가까워지네요. 저도 나름 올해부터는 블로그를 다시 움직여보고자 하는 계획과 생각을 했지만 2022년 첫 글을 이렇게 올리게 됐네요.

     

    많이 늦은 새해 인사이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히 올 한 해도 뜻하는 바를 이루는 한 해가 되시길 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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